개발자는 아무나 하나? 10년차 개발자의 연봉 1200 시절 추억

2014. 3. 21. 11:55

 

 요즘 와이프가 처가 형님네 일을 도와주고 있어서 바쁩니다. 그 회사는 영업, 납품, 무역 등을 하는 회사인데 제가 개발자다 보니 뭐 잘 모르겠더군요 ㅎㅎ 어쨋든 직원 4명에 사장님, 그리고 제 와이프까지 총 6명이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제 와이프로 말할 것 같으면 영업, 마케팅, 판매 등에 굉장히 소질과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 형님이 애저녁에 눈도장을 찍어놓은 상태였지만, 저의 반대로 인해 말을 못하다가 최근 오후 3시 반까지만 하는 걸로 하고 극적 타결을 보았지요 ㅋ 해서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밥먹고 후다닥 ~ 버스에서 인강가지 봐가면서 정말 바쁘게 살고 있는 모습이 참 안쓰럽더군요 (집에 오면 떡실신;;;)

 

퇴근하면 회사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참 거기 직원들 캐릭터들이 가관입니다 ㅋㅋ

 

 X 과장

 

형님과 오래도록 같이 일을 했으나 카리스마 없는 성격에 추진력 결여

 

 O 주임

 

1년 넘게 일을 했으나 뚜렷한 발전과 성과 없음. 두번 세번 일을 지시해야함

늘 아픔. 열외 의식 강함. 일에 대한 열정 없음.

 

 ☆ 사원

 

식당일을 하다가 입사함. 말이 많음. 할려고 하는 의지 없음

멀 하라 그러면 그렇게 토를 단다고 함. 밥 장난아니게 먹음  

 

 □ 사원

 

아직 어린 친구인데 열심히 함. 군기 들어 있어 보기 좋음

말이 좀 없긴 한데 기본 개념 탑재함. 

 

 

 

결국 X과장과 네모 사원만이 살아남고 두명은 사라지겠구나 생각했죠. ㅎㅎ 와이프의 화려한 묘사덕에 참 재미나게 듣고 있는데 그러던 어느날, O 주임 왈,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예전에 잠깐 공부했었는데 개발자나 할걸 그랬어요 "

 

 

두둥....

 

와이프가 이 말을 듣고 아연실색! 귀빵맹이를 한대 올릴까 고민하면서 얼굴을 붉혔다는군요 ㅋㅋ

(제가 얼마나 힘들게 개발자 생활을 했는지를 잘 알기때문에? ㅋ)

 

참... 개발자는 아무나 하나요.

주변에 개발자를 무슨 3D 노가다 취급하는 사람.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으로 생각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어 황당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4년 8월

 

 

드디어 인간 리바이 병장의 첫 사회 진출이 시작됩니다 ^^ 바로 어줍잖은 ASP.NET 기술을 손에 쥐고 작은 회사에 입사를 했던 것이죠!

당시 첫 월급은 3개월 수습 월 100만원.

가락시장 소프트웨어 진흥원에 있던 그 머리 하얀 쪼잔한 사장이 있던 그회사 ㅎㅎ 지금도 있나 모르겠네요.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당시 제가 훌륭한 사수와 개발자들 사이에서 (그런 회사에 굉장한 개발자들이 숨어 있더군요. 거기서 제 8할을 배우고 나왔습니다 ㄷ ㄷ ㄷ) 저는 코 찔찔이에서 일취월장하여 이제 뭔가 혼자서도 할 수 있겠다 싶더군요.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월급이 여러번 올랐었는데, 100만원에서 103만원.... 103만원에서 108만원.... 112만원.... 이렇게 ㅎㅎㅎㅎㅎ

정말 그 머리 하얀 사장 만나면 한 번 물어보고 싶네요. 그때 순진한 나한테 뭐한거냐고?

 

 

두번째 직장

 

 

암튼 그 회사에서 10개월 남짓 일을 하고 대망의 메인 커리어 네오위즈에 입사를 하게 됩니다.

세상이 넓다는 걸 알게 됩니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구멍가게고 진짜 회사는 따로 있다는 것도 두 눈으로 보게 됩니다. 네오위즈 나성균 사장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고 거대한 Active directory와 Exchange Server 가 수백 유저를 대상으로 돌아가고 Sharepoint 를 KMS로 제대로 쓰고 있는 그런 회사.

 

일은 반으로 줄어들고 연봉은 2배로 올랐습니다. 거기서도 잘한다고 하더군요. 또 일취월장 기세 백배 1년만에 신의 직장을 때려치고 나옵니다 -_-;; (후회되는 부분;;;)

 

 

프리랜서

 

 

거기를 나온뒤로 취직을 못하겠더군요?

눈에 차질 않아서 그런지 후줄근 하고 일도 많아보이고 참 배가 불렀는지 오래도록 취직을 못하다가 이랜서라는게 있는걸 발견하고는 어쩌다 보니 내가 프리랜서 일을 하고 있더군요. 그것도 월급이 당시 250 가까운 금액으로 말이죠 (엄청난 돈이었음 ㅎㅎ)

 

그 뒤로 프리랜서의 단가에 현혹되 정규직은 생각도 못하며 2개월 3개월, 6개월 등 단타를 치며 고단한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합니다.

 

지금은 겸사 겸사 사업도 하며 프로젝트도 뛰며 자유롭게 지내고 있지만 그 4, 5년간 참 다양한 일도 많았네요.. 힘들고 밤세고 술먹고 했던 시절들이 주마등 처럼 지나갑니다.  

 

 

두려운 개발자 10년차

 

 

지금 어린 개발자들을 보면 놀랍고도 안쓰럽고 그러네요.

10년 후 치킨집 이야기를 들으며 매일 11시 퇴근에 수백줄의 날코딩, 노가다성 코딩,,, 돈은 중간에 다 먹어치우고 몇백 손에 쥐고 술한잔 마시면 없는 그런 시절.

 

참 암담했지만 개발이 재밌어서 그거 하나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아마도 개발자가 쉬워보여서 아니면 프리랜서 돈 받는거 보니 장난 아니어서 뛰어 들었다가 반은 나가떨어지고 코딩 재밌어 하는 사람들만 살아 남거나 팀장되서 정치, 영업에 적성 맞는 사람만이 남거나 하는게 10년차 바닥이죠.

 

저는 팀장이 적성이 안맞는걸 알기 때문에 개발할거다 라고 외쳐왔었는데, 어쩌다 사업이 대박나서 여차저차 파도 타기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지만, 제 주변 형님들은 아직도 고단한 면접과 지방 프리랜서, 외국으로 어디로 참 힘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누가 개발자 막대하거나 쉽게 보면 참 열받더군요 ㅋ

O주임? 개발자나 할걸 그랬다고요? 한 번 해보시고 말씀하시죠... 이 바닥에서 10년 버틴다는 것 쉽지 않아요... 15년차 형님들 모두 존경합니다. 특급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최근에 그런 말을 들었는데 10년차인제가 해결 못하는걸 그 형님이 슥 ~ 보고 한 마디 던져주고 나가십니다. 잘 생각해보면 그게 답이었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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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 회사에 어떤 사람이 한 마디 한걸 듣고는 두서 없이 글 올려보았습니다. ㅋ

두서 없는 글이었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면 작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참 얘기 들어보니 그 사람은 학원 다니다가 누가 자기보다 잘 짠걸 보고는 바로 관뒀다고 하더군요. 잘 관둔것 같습니다. 개발자는 끊임 없이 연구하고 공부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하는데 그런 끈기는 없어 보이는군요.

 

마지막으로 후배 개발자 여러분들 힘내십시오.

지금 너무 힘들고 괴롭다면 아래 3가지를 생각해보시고 결정을 내리세요 그리고 전진하십시오. 화이팅 입니다 ^^

 

  • 지금 하는 일이 재미있는가?
  • 내가 매일 밤새고 있는 이 회사에서 배울 것이 하나라도 있는가?
  • 10년 후에도 이 일을 하고 싶은가?

 

리바이 병장 마이 스토리/개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