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도시 분당 서현 샛별마을 근처 중앙 공원을 다녀오다

2014. 4. 25. 13:50

요며칠 처가네 강아쥐 간호하느라 ㅎㅎ 밤도 새고 했더니 몸이 망가져서 아침에 일하기 전에 분당 중앙 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중앙 공원은 저번에 우연히 버스를 잘못 내려 (전 늘 잘못내리죠 ㅋ) 걸어가다가 발견한 보석과 같은 공원...
원래 뭘 할때 1번부터 10번까지 계산해서 하는 성격이 아니라 1, 2 정도만 정해놓고 직감과 느낌으로 처리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에도 그냥 가다보니 그런 멋진 공원이 나오더이다.

 

공원에는 따스한 4월 햇살을 만끽하는 아주머니들, 아이들, 할머니, 할아버지들...
음식들을 싸와서 먹기도 하고 테니스도 치고 배드민턴도 치며 즐겁게 휴식을 취하고 있더군요. 아쉽게도 제 나이 또래의 30, 40대 아자씨들은 많이 보이지 않더군요.
다들 일하느라 이 날 좋은날 사무실에 박혀 컴퓨터와 보고서에 얼굴을 파묻고 있겠죠. 한편으로 참 불쌍한 대한민국 남자들입니다.

어쨋든 전 자유로운 직업이라 ㅎㅎ 이렇게 좋은 날 공원에서 사진도 찍으며 여유를 부려봅니다.

 

중앙 공원으로 들어가는 문턱.
저번에 갈때는 몰랐는데 이번에는 저 돌이 보이네요 ㅎ 뭔가 묘한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포털 같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주변에는 벌써 얼굴이 스카프를 두르고 열심히 파워 워킹을 하는 아주머니와 갑자기 산위에서 내려와 내 앞을 가로막는 아저씨들이 보입니다.
간혹 저 처럼 젊은 남자가 보이면 뭐하는 사람일까... 혹시 암에 걸려 기적적으로 생존해 이렇게 매일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은 아닐까 ?
하는 말도 안돼는 상상도 해봅니다.

아름다운 봄의 정취가 중앙공원 천지에 널려 있습니다. 분수와 팔각정, 그늘과 나무들... 이렇게 좋은 곳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요
어렷을적에 일산 호수공원에 놀러갔을때 느꼈던 그 여유로움이 다시 한 번 생각나네요.

이런데서 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샛별 마을 아파트 시세가 얼마며 얼마의 대출이 필요하고 10년 이상을 죽어라 일만 해야하는...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ㅎㅎ 이 여유를 위해 이사를 왔는데 공원이 어디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일만해야한다니... 순간 걸어가다가 현기증이 나더군요 ㅋ
그래서 유독 분당은 노인 분들이 많나봅니다. 평생을 일만하며 살다가 60세가 넘어서야 비로소 아파트 한 칸을 마련하고 그제서야 인생의 아름다움을 맞이할 수 있는 현실.
겁이 덜컥 나네요. 갑자기

오늘도 그렇게 저번에 올때도 그렇고 이상하게 어떤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저번에도 길을 물어보니 노신사분께서 차근차근 정확하게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오늘도 (워낙 길치라 ㅠ) 두리번 대고 있었더니 어떤 할어버지께서 중앙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분당의 노인분들은 참 다정하고 친절하며 여유롭습니다.
지역 비하는 아니지만 인근 모란과 태평만 나가도 거기 어르신들은 무대포에 막장에 (한 번 당한적 있음 ) 버스를 타도 지하철을 타도 참 예의 없다....
란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아마도 살아온 방식과 환경 그리고 현재의 여유의 차이가 아닐까 싶네요. 절대 그분들을 비하하는건 아닙니다.

여유...
제가 늘 강조하는 삶이기도 한 여유있는 삶에 대한 일화가 갑자기 생각나네요.
한 잘나가는 월스트리트의 비즈니스맨이 시간을 쪼개 바닷가로 휴가를 나왔다고 합니다. 거기서 멋진 파라솔을 빌려 그늘에 앉아 싱가폴슬링 같은 칵테일을 마시며 바닷가를 바라보았죠.
거기 한 켠에는 한 어부가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나이는 어부에게 다가가 이런 저런 걸 물었는데 어부가 하는 말,

 

"당신은 왜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나요"
"열심히 벌어야 자식도 먹여살리고 많은 돈을 벌 수 있죠. "
"많은 돈을 벌어서 무엇하시게요?"
"그거야 멋진 집도 사고 나중에 나이들어 한적한 곳에서 여유롭게 살기 위해서죠"

 

그러자 어부 왈,

"전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 걸요... "

 

하도 오래전에 읽은거라 조금 까먹긴 했지만 ㅎㅎ 내용은 아시리라 봅니다. 나중의 여유를 위해 지금 일만한다... 이것이 오류라는 일화죠 ㅎ
살만서 여유를 잃으면 또는 건강, 가족과의 시간, 취미생활, 자아실현 등 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은 인생의 말로에서 큰 후회로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꾸빼씨의 행복여행? 이었나요 거기에도 나옵니다. 행복은 지금 이순간 행복해야한다고. 행복하기 위해 지금을 희생하는 건 부질 없는 짓이라는 것...

하지만, 이런 것이 그리 쉬운게 아니죠. 지금 당장 굶어 죽겠는데 공원에 가서 놀자? 해외 여행을 가자?

 

저희 아버지가 저 고등학교때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30대가 들어서자 마자 정신 차려보니 40대였고 자고 일어나니 50대였다고... 다 저희 키운다고 고생하셔서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저역시 그런거 같습니다. 엊그저께 베스킨라빈스 31살이다 라고 네이트온에 써놨던거 같은데 벌써 37살이니 말입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야겠지만 가끔씩 뒤도 돌아보며 내가 옳은 길을 가고 있나... 내 갈길은 좋은 길은가 ...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것이 좋을거 같습니다. 이런 여유속에서 말이죠 ^^

 

뭐 인생에 정답은 없죠.
어찌되었건 후회 없는 삶, 행복한 삶이 되야겠기에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글을 써봅니다.

분당에 살면서 멋진 공원과 함께 여유로운 삶을 꿈꿔보지만 그 꿈을 위해서는 지금의 여유를 포기해야하는 모순.
안타까운 현실이 개탄 스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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